영화 기생충의 계획과 내 계획
기생충의 아빠와 아들의 계획
'너는 계획이 있구나.' 아빠 기택이 아들 기우의 대학 '미리진학' 계획에 대한 말입니다. 기우는 어차피 들어갈 대학이니 미리 재학증명서를 가짜 발급받은 것에 대한 죄책감이 없다는 괴변. '계획이 없는 것이 계획이다.' 물난리로 수용된 강당에서 아빠 기택의 계획이다. 계획대로 되는 일이 없었으니, 무계획이 상책이라는 말. 기택은 하는 일마다 실패하다 아들 기우와 딸 기정의 기막힌 계획으로 박사장의 승용차 기사가 됐었다. 그들은 어머니 충숙까지 박사장님 가정부로 취업하여 박사장네 집에 모두 취직을 한 셈.
그들은 박사장네 가족이 아들 다송의 생일맞이 캠핑을 간 사이에 자신들만의 시간을 갖는다. 대궐 같은 집에 깨끗한 잔디 정원. 세상 부러울 것 없이 네 가족은 하루를 즐긴다. 밤이 되면서 박사장 거실은 화려한 연회가 벌어진다. 그런 와중에 박사장네 전 가정부 문광의 등장이다. 문광은 숨겨놓은 자기 남편 근세를 만나야 했다. 완전 지하에서 사는 근세. 그의 존재에 대해서는 아무도 몰랐다. 아내 문광만 빼고. 근세와 문광은 박사장이 들어올 때부터 지하에 터를 잡아놓고 있었던 것. 박사장 동익은 잘 나가는 아이티 회사 대표로서 집에 비밀지하실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 집을 지었던 건축디자이너 전 주인이 지하층 존재를 숨겼던 것. 비밀지하층의 용도가 알려지는 것이 뻘스러웠던 것. 계속 근무가 이어진 문광만 아는 공간에 근세가 빚쟁이들을 피해 숨어 지냈던 것이다.
갑자기 찾아온 문광 때문에 아름다운 연회는 삽시간에 전쟁터가 된다. 기택네 가족과 문광 부부는 엎치락뒤치락 전세가 오간다. 그러던 중에 기택네 가족은 간신히 위기를 모면한다.
그러나 날씨가 도와주지 않는다. 갑작스런 폭우로 캠핑이 수포가 된 박사장네는 집으로 돌아오고 기택의 가족은 부랴부랴 흐트러진 물건들을 정리하고 몸을 숨기느라 여념이 없다.
그렇게 그들의 꿈은 사라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홍수로 난리 속이다. 반지하 집에는 물이 가슴까지 찬다. 화장실 변기는 역류하면서 똥물이 튀어 오른다. 현실로 돌아온 기택네 가족은 어느 강당에 난민으로 수용된다.
아버지의 '무계획의 계획'을 들은 아들은 다시 결심한다. 자신의 계획이 사고의 실마리가 됐다고 판단, 자신이 직접 해결하리라고. 친구가 준 수석을 들고 다혜 집으로 간 아들. 그러나 실수로 지하충 근세의 덧에 걸려 아들 기우의 계획은 수포가 된다.
박사장과 박사장의 아내 연교는 아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번개파티를 꾸리는데, 파티는 살인극으로 끝났다. 심플한 사모님 연교의 계획은 피바다가 됐다. 무계획의 아버지는 계획에 없던 살인을 저지른다. 그리고 지하충이 살던 지하로 숨었다.
근세의 덧에 걸렸던 아들 기우는 근세의 수석 공격으로 생명을 잃을 뻔했다. 다혜의 구조가 없었다면 저 세상 사람이 됐을 기우는 오랜 치료 끝에 회복했다. 병원을 나온 기우는 다시 계획을 세운다. 돈을 벌겠다고. 그리고 박사장의 집을 사겠다고. 자신의 집에서 살면서 지하에 있는 아버지 기택과 같이 살 계획을.
여기까지가 기생충의 계획과 관련된 대강의 내용이다.
아들의 계획, 아빠의 계획 그리고 또 시작된 아들의 계획. 아버지의 말대로 계획대로 되는 일이 있을까 싶지만 아들의 기세로 보아 아예 불가능한 계획은 아닌 것 같다.
내 계획
나는 2010년 8월 말일부로 광주고등학교를 마지막으로 교직을 떠났다. 9월부터는 아이티 관련 공부를 했다. 내가 학교를 떠날 때 정년까지 남은 기간은 4년. 그 4년을 준비하여 조기 퇴직으로 빚어진 부족함을 해결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다음 해 봄에 고향 어르신들의 부름을 받고 귀향했다. 내 어릴 적에 봤던 정취 어린 고향을 머리에 그리며 그의 반이라도 만들어 보겠다는 각오로 시작한 마을 사업. 그러나 고향은 옛 시골이 아니었다. 내 상처는 컸다.
나는 고향을 등지고 다시 도시 방랑자가 됐다. 그 사이 중도에 그만 둔 방송통신대학교 농학과와 정보통계학과를 마쳤다. 마을 사업의 실패 원인을 분석한다는 명분으로 경영학과를 진학했다. 내 체질은 아니었다. 4학년 때는 컴퓨터과학과 과목을 이수하면서 경영학과에 이어 컴퓨터과학과 3학년에 편입했다. 이렇게 시작된 방통대 이력은 농학과, 정보통계학과(현재는 통계데이터과학과), 경영학과, 컴퓨터과학과 그리고 현재 재학 중인 영어영문학과. 내년이면 졸업이다.

내 계획은 여기서 다시 시작이다.
계획은 역시 공부하는 것이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옛 성인의 말은 내게는 '내일 내가 죽더라도 죽기 전까지 공부를 하겠다.'로. 그렇다 공부 밖에는 할 일이 없다. 2023년 2월 영어영문학과를 마치면 이어서 국어국문학과 2학년 편입. 2026년에는 미디어 영상학과 2학년에. 그리고 2029년에는 문화교양학과 1학년으로 입학하겠다는 것이 내 계획이다.
물론 기택의 얘기처럼 계획대로 되는 일은 없다. 하지만 공부를 계속하겠다는 내 다짐은 크게 달라질게 없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