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극이 소도시·농촌 문화 인프라에 적합한 이유
1. 공간 제약이 적은 공연 형태
낭독극은 무대 장치, 조명, 의상 등 대규모 장비가 필요하지 않아 작은 마을회관, 도서관, 복지센터, 학교 강당 등에서도 쉽게 공연할 수 있습니다. 대형 극장 중심의 도시 공연예술과 달리, 낭독극은 ‘작은 무대, 큰 이야기’를 구현할 수 있어 공간 제약이 많은 농촌 지역에 이상적입니다.
2. 지역 주민이 주체가 되는 문화예술
낭독극은 배우가 대사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읽는’ 형식이므로, 전문 연기자가 없어도 지역 주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공연예술의 접근 장벽을 낮추고, 주민이 직접 문화의 생산자가 되는 구조를 만듭니다. 마을 어르신, 교사, 학생 등이 함께 참여함으로써 공동체 문화가 자연스럽게 회복됩니다.
3. 세대 간 교류와 언어 문화의 보존
낭독극은 말과 목소리를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각 세대가 자신만의 언어와 억양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지역의 언어유산과 정서를 보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세대 간 낭독 참여를 통해 전통과 현대의 감성이 만나는 ‘공감의 장’을 형성합니다. 이는 농촌 지역에서 점차 약화된 세대 간 관계를 회복시키는 문화적 장치로 작용합니다.
4. 경제적 지속 가능성
소도시와 농촌은 예술 인프라 구축에 예산과 인력이 부족합니다. 낭독극은 음향 장비나 간단한 조명만으로도 완성도 있는 공연이 가능하므로, 예산이 적어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저비용·고효율형 문화예술입니다. 또한 한 작품을 여러 마을로 순회하며 공연할 수 있어, ‘지역 간 문화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5. 교육·치유적 가치
낭독극은 단순한 예술 활동을 넘어 정서적 치유와 교육의 기능을 갖습니다. 등장인물의 감정을 목소리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을 키웁니다. 특히 노년층에게는 자기 표현과 사회적 소통의 기회를 제공하고, 청소년에게는 언어 감수성과 발표력을 높이는 교육적 효과가 있습니다.
6. 디지털과 결합 가능한 확장성
최근에는 낭독극을 영상, 오디오북, 프레젠테이션 등과 결합하여 디지털 콘텐츠로 확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소도시나 농촌의 낭독극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공유되면, 지역 한계를 넘어 전국적인 문화 네트워크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디지털 낭독극은 지역 문화의 기록 아카이브로도 활용 가능합니다.
7. 결론
낭독극은 거대한 자본이나 시설이 없어도 주민이 직접 참여해 만들어가는 생활 밀착형 문화예술입니다. 목소리와 이야기만으로도 무대를 세울 수 있기에, 문화적 소외가 심한 소도시와 농촌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예술 인프라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지역이 스스로 만드는 문화’의 모범적 모델로, 예술의 사회적 평등을 실현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낭독극 '소문' 스크립트
낭독극 ‘소문’
시대 배경
1950년대 초 나주의 어느 시골 마을
등장 인물
나주댁
떠벌네
나주댁 형님
선애: 나주댁 딸
머슴: 안골 반장네 머슴
어떤 아낙: 말을 물어낸 아낙
다른 아낙: 말대꾸를 한 아낙
동네 아낙 3, 4
어떤 아제: 나주댁 술상을 받은 아제
다른 아제: 나주댁 술상에서 상대한 아제
시냇골 사돈: 시냇골서 사는 나주댁 형님 둘째 동생
주요 등장인물 성격
나주댁: 나주댁은 스무 살 때 남편을 여의고 혼자서 딸 하나를 위하여 사는 중년 여인. 그녀는 결백증이 있을 정도로 딸 선애를 과보호한다. 동네 이웃들에게 호감을 사는 성격은 아니다.
떠벌네: 말 물어내기를 좋아하는 중년 여인. 손버릇도 좋지 않아 머슴에게 약점이 잡혀있다.
나주댁 형님: 도량이 넓은 나주댁의 큰집 형님. 나주댁 딸 혼사를 도우려고 친정 동생에게 부탁해 혼인을 성사시키고 있는 중이다. 나주댁 딸 소문에 민감하지만 차분하게 대처한다.
머슴: 한때는 나주댁 머슴도 지냈던 일 잘하는 큰 일꾼. 지금은 안골 반장네 머슴으로 반장 대신 동네 납세고지서를 돌리기도 한다. 떠벌네의 약점을 알고 있어 막판 대세를 뒤집는다.
낭독극 배역과 낭독 원칙
- ‘주해설’ 전담은 지문및 장면 전환을 읽고(또는 화면으로 대체), 프레젠테이션을 담당하며 낭독극 전반을 총괄
- 인물 낭독자는 역할 묶음으로 겹침 (성별 고정 불필요, 톤/호흡/시선으로 구분)
- 소문(합창)·군중 대사는 전원 속삭임에 가깝게, 오프 마이크 또는 마이크를 멀리하여 공간감으로 처리.
- 인물 전환 시 역할명 한 단어(속말) → 0.5초 호흡 → 대사 규칙을 둠. (예: “〈떠벌네〉…[호흡] …아따…”)
- 낭독자(4인 배역의 경우)
- 낭독자 배치
- 프레젠테이션(프레지 스토리)
- 낭독 첫머리와 끝에 소설 원문 삽입하고 지문은 모든 낭독자가 합창(합송)
소설 첫머리(합송)
눈이 쌓이는 밤이었다.
또술네 안방에서는 오늘 저녁에도 마을 아낙네들이 한방 둘러앉아 마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장면: 또술네 집 앞, 눈 오는 밤
[문 안쪽에서 여인들 수군거립니다. 문밖에 형님이 서서 듣습니다.]
떠벌네: 아니, 내가 방금 꺼꿀네 집 외진 모퉁이를 돌아오자니께, 고갯집 나주댁 딸하고 그 전에 그 집서 머심을 살던 안골 반장네 머심이 무슨 편지를 가지고 주고 받고 하드랑께. 외진 모퉁이에서… 서로 받으라거니 안 받겠다거니 한참 찌우락거리고 있드란 마시.
어떤 아낙: 그래이.
떠벌네: 나, 참, 우서운 일도 다 봤네잉.
어떤 아낙: 아니, 나, 그런 줄 몰랐더니… 고갯집 나주댁 딸이 안골 반장네 머심하고 뭣을 주고 받았다 하데잉?
다른 아낙: 금매 그런 말이 있데, 참.
어떤 아낙: 아, 그, 잡녀러 머심이 꺼꿀네 집 뒤꼍에 가 서 있다가 무단히 물 길러 가는 사람을 틀어잡고 그랬단 않든가.
다른 아낙: 그러니, 혹, 그 머심이 나주댁서 머심을 살 때부터 무슨 내통이 있었는지도 알겄는가.
어떤 아낙: 그래, 나주댁 딸에게 혼삿말이 비치는 것을 보고 방해를 할라고 그러는지도 모를네.
아낙 3: 참말로 나주댁 딸이 그랬을께?
아낙 4: 하기사 옛날부터 점잖은 개가 부숭에 몬자 올라간다고들 않든가.
어떤 아낙: 참 사람의 속이란 모를네잉.
장면: 나주댁 집
[나주댁이 누룩을 고르다 형님을 맞습니다. 안방에 선애가 있습니다.]
나주댁 형님: 동새, 티 추리는가.
나주댁: 예. 성님 오시요. 어서 오씨요.
나주댁 형님: 아, 그런디 동새… 저미 저 아이가 안골 반장네 머심하고 무슨 일이 있었드랑가?
나주댁: 웬이라우! 일은 무슨 일이라우.
나주댁 형님: 나, 또술네 집에 모실을 가자니께, 모다 그런 말들을 하고 있데.
나주댁: 나는 첨 듣는 말이요. 뭣이라고들 해쌉디여?
나주댁 형님: 그걸 떠벌네가 봤다고 하는 모양이데.
나주댁: 아가, 너, 안골 반장네 머심한테서 뭣 받은 일 있냐?
나주댁 딸: 없어.
나주댁: 그럼 무슨 말이 그렇게 났다냐?
나주댁 딸: 이전 날 고지서 받은 것 보고 그러는 것 아닌가? 그때 판례 어메가 지내가다 봤어.
나주댁: 그때 다른 것은 받은 일 없냐?
나주댁 딸: 없어.
나주댁: 말도 한 일 없지야?
나주댁 딸: 말도 안 했어. 그때 엄니한테 얘기 했잖여.
나주댁: 그런 사람 죽일 예편네가 다 있소?
나주댁 형님: 빈총도 안 맞은 것만 못하다고 혼사조차 어울려지려고 하는디 안 들은 것만 하는가.
나주댁: 가만있으시요. 나, 떠벌네한테 가서 댈라우.
나주댁 형님: 동새, 그렇게 욱하지 말고 앉게. 이런 일일수록 서서히 따져야제. 그렇게 욱하면 말만 더 나는 것일세.
나주댁: 아니라우! 나, 지금 가서 댈라우.
나주댁 형님: 금매, 그러지 말고 이리 앉게.
나주댁: 이런 얼척 없는 일이 있다니!
장면: 떠벌네 집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나주댁이 성큼 들어서고 떠벌네가 마루에서 나옵니다.]
나주댁: 판례 어매 집에 있소?
떠벌네: 뭣하실라우?
나주댁: 나, 물어볼 말이 좀 있어서 왔소. 아니, 판례 어메. 우리 선애가 안골 반장네 머심한테 뭣 받은 것을 봤습디여?
떠벌네: 보기는 뭣을 봐라우.
나주댁: 그럼 무슨 말을 그렇게 퍼뜨리고 다녔습디여?
떠벌네: 퍼뜨리기는 무슨 말을 퍼뜨렸어라우?
나주댁: 그럼 동네 사람들이 안 한 말을 했다고 하께라우? 응! 집이처럼 안 한 말도 했다고 하고, 한 말도 안 했다고 하께라우. 금매 우리 선애가 꺼꿀네 집 뒤꼍에서 뭣을 받습디여?
떠벌네: 나는 그런 말, 한 일도 없고 안 한 일도 없소.
나주댁: 그럼 이리 나오씨요. 동네 사람들한테 가서 댑씨다.
떠벌네: 손 놔두씨요. 손 놔두고 말하씨요.
나주댁: 나와… 아, 이리 나와… 대관절 우리 딸이 뭣을 주고 받었는가 가 대보자.
떠벌네: 손 놔두랑께. 아, 손 나두고 말해.
나주댁: 응! 할 말 있고 안 할 말 있제. 말이면 다 말인가. 어서 가 대보자.
떠벌네: 금매 손 놔두고 말해.
나주댁: 이 뒷심 무른 예편네 봐… 아 그런 말 안 했으면 얼렁 가 대보장께? 아, 안 했으면 가 대봐.
떠벌네: 그럼 불 안 땐 귀뚝에서 냉갈 나께라우? 집이 딸한테 가서 물어보씨요… 응. 받은. 집이 딸한테 가서 물어봐.
나주댁: 이 사람 죽일 년 봐라~ 우리 딸은 그날 고지서밖에 받은 일 없다~ 늬 눈깔이 있으면 똑똑히 봤을 것이다. 이날 이때껏 손에 물 한 점 안 묻히고 키워온 내 딸이다~ 모실 한 번 안 보낸 내 딸이다. 우리 딸은 그날 고지서밖엔 말 한마디 건넨 일 없고 얼굴 한 번 쳐다본 일도 없다~ 가만있거라. 이 자리에 꼼짝 말고 있거라. 그 고지서를 갖다 늬 눈앞에 똑똑히 보여 주마.
떠벌네: 나, 꼬락사니 없는 년도 다 보것네. 아, 불 안 땐 귀뚝에서 냉갈 나께라우?... 자기 딸 단속 못했단 말은 않고 남한테만 대들고 지랄 맞네.
나주댁: 봐라~ 늬 눈 있으면 똑똑히 봐라. 이 고지서밖에 받은 일 없다. 이 혓바닥을 동강이 낼 년아. 밥 처묵고 배아지가 따땃하면 가만히 나자빠져 있제 뭣하러 남의 말을 퍼뜨리고 다니냐~ 이 눈구녘을 파버려도 안 시언할 년아. 늬가 가리사니 없는 년이란 것은 온 동네가 다 안다~ 당장 혀라도 뽑아 죽일 년아.
(주민들을 돌아보면서)
나주댁: 아니, 다들 보씨요예… 우리 딸은 그때 꼭 이 고지서밖에 받은 일 없단 말이요. 그런디 저 오살해 죽을 년이 그 따위 주둥이를 놀리고 다녔을께라우?
떠벌네: 아따… 누가 혀를 뽑아 죽일 년인지 모르겠네.
(나주댁을 향해)
떠벌네: 그럼, 이년아. 너는 그때 내가 고무신 도둑질한 것을 참말로 봤디야… 이 육살해 죽을 년아. 지금도 내 분은 안 풀린다… 이 혀를 잘라 죽여도 안 아까울 년아. 이년아.
나주댁: 오냐. 이년~ 나는 참말로 봤다. 늬가 이년. 그때 고무신 전 머리에서 바꾸는 것을. 내, 이 눈으로 똑똑히 봤다.
장면: 마을 우물가
[나주댁이 샘터에서 마을사람들에게 하소연합니다.]
나주댁: 다들, 물어보씨요예… 원 세상에 그렇게 주책없는 년이 다 있으께라우? 어저께 구경꾼들도 봤지만, 우리 딸은 그때 납세고지서밖엔 받은 일 없단 말이요. 그것도 처음에는 죽어도 안 받을라고 하다가 그놈의 머심이 바쁘다고 한사코 떠맡기는 바람에 억지로 받었어라우. 그라고 말 한마디 한 일 없고 얼굴 한 번도 안 쳐다봤다우. 그런디 그 혀 빠져 죽을 년이 누굴 갖다 진구렁에 처넣을라고 무슨 편지를 받았다니. 뭣을 소군거렸다니 할 것이요. 다들 알다시피 이날 이때껏 모실 한 번 안 내보내지 안 했소? 참으로 꾸정물 나는 옷 한번 안 입히고 지애비 없이 서럽게 키워오지 안 했소?
나주댁: 그라고 요새 혼사가 어울려질라고 하면서부터는 참말로 샘 질에 한번 내보내기를 두려워했어라우. 꼭 집에 앉혀놓고 지 일이나 보게 했어라우. 그런디 그 눈 곯아빠질 년이 똑똑히 보지도 못하고 그런 애먼 소리를 할 것이요… 그라고 어저께도 그런 말을 정 안 했으면 가서 대자고 한께. 그래도 이년이 속은 있는가 기어이 안 나올라고 버티드란 말이요. 아, 그렇지 않소? 지년이 떳떳하면 그렇게 떨고 꽁무니 뺄 것 뭣 있소…
[소문 합송: 나주댁 딸 선애하고 안골 동장네 머심하고 무슨 일이 있어더라며……, 무슨 일이 있어더라며……]
장면: 나주댁 집 / 사돈 방문
[집 안은 적막합니다. 시냇골 사돈이 들어옵니다.]
시냇골 사돈: 아니, 사둔네. 애기가 누구하고 무슨 말썽이 있었드라우?
나주댁: 아니라우. 말썽은 무슨 말썽이라우?
시냇골 사돈: 그럼 무슨 소문이 거까지 퍼졌다우? 듣자 하니 누 머심하고 무슨 말썽이 있었다고 그럽디다.
나주댁: 아니, 남자 집서 뭣이라고 합디여?
시냇골 사돈: 나도 아침까지 모르고 있었는디 남자 집서 와 가지고, 사둔네 큰애기가 어느 반장집 머심하고 무슨 편지를 주고 받었단다고 그래라우. 그라고 첨에는 그 머심을 데릴사위로 삼을라고 했던갑드라고도 하고. 남자 집서도 모르고 있었는디 동네 사람들이 몬자 알고 속닥거리드라고 합디다.
나주댁: 그래 사성은 안 보냅디여?
시냇골 사돈: 사성도 보낼라고 저고릿감까지 떠놨는디, 그런 말이 들린께 떨떠름해 한 모양입디다.
나주댁: 그 주책없는 예편네가 빈말을 한 것인께. 염려 말고 사성이나 보내란다고 하씨요.
시냇골 사돈: 그런디 소문이 그렇게까지 났소잉?... 세상에 입들도 험하요잉?...
나주댁: 그런께 걱정 말고, 보내려든 사성이나 보내라고 하씨요. 그라고 못 믿어우면 그 머심한테도 물어봐도 된다고 하씨요.
장면: 마을 주민들 술대접
[동네 주민들에게 술접대를 합니다.]
어떤 아제: 술 맛이 참, 좋네, 거.
다른 아제: 전(煎)도 고기까지 넣서 안… 먹을 만하든가.
어떤 아제: 제엔장, 대사 술은 우리가 몬자 묵었네 그랴.
[사돈이 들어옵니다 ]
시냇골 사돈: 아니, 사둔. 무슨 말이 또 그렇게 났다우?
나주댁: 무슨 말이라우?
시냇골 사돈: 동네 사람들한테 무슨 술을 먹였습디여?
시냇골 사돈: 남자 집서 와가지고, 동네 사람들의 입을 막기 위해서 술을 한턱 미겠단다고. 그런 것 보께, 정말 자기 딸에게 허물이 있었던 것이 사실 아니느냐고, 사성을 안 보낼라고 해라우.
[소문(합창): 나주댁 혼사가 아주 깨져버렸다네……, 깨져버렸다네……]
장면: 떠벌네 집 / 머슴의 대면
[급한 발소리. 섬에서 돌아온 머슴이 문을 두드립니다. 떠벌네가 얼굴이 굳은 채 나옵니다.]
머슴: 판례 엄니, 이리 좀 나오시오.
떠벌네: (일어서서 나오며 고개를 숙인다.)
머슴: 아니, 판례 엄니. 내가 고갯집 딸하고 뭣을 주고받습디여?
떠벌네: (말없이 더 고개를 숙인다.)
머슴: 아니, 내가 뭣을 줬가니 그런 말을 내고 다녔습디여. 어디 말 좀 해보씨요.
떠벌네: (말없이 고개를 더 숙인다, 우스울 정도로)
머슴: 에이, 여보씨요. 할 말 안 할 말이 따로 있제. 그런, 순, 억지소리를 해가지고 남의 혼사까지 깨지게 맨든 사람이 어디 있다요.
떠벌네: (무릅을 털썩 꿇는다. 과장되게)
머슴: 똑똑히 보지도 못하고 그런 말을 해서 쓸 것이요? 내가 그때 고지서밖에 뭣 더 줍디여? 고갯집 딸이 고개 한번 쳐들어 봅디여? 아니 내가 정 뭣을 줍디여?
떠벌네: 무릅 꿇은채, 더 고개를 숙인다.)
머슴: 아니, 말 좀 해보씨요. 뭣을 줍디여?
[떠벌네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숙이면서 긴 한숨을 내뱉고…]
떠벌네: 그럼 내가 잘못 말했는 갑이요……
[잠시 정적. 떠벌네 고개가 수그러듭니다. 어둠이 내려오며 소문 소리들이 멀어집니다.]
소설 말미(합송)
다음날 이 마을에는 또 하나의 새 소문이 퍼질 것이었다.
[음악……] 무소르키스키 ‘전람회의 그림’의 프롬나드가 흐르며 낭독가들이 일어서서 함께 인사한다.
그 사이, 떠벌네는 새 소문을 암시하는 이벤트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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